보시와 공양
5월의끝자락 사월초파일
미륵불오실때까지 중생을교화하신다는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좌우에세운 아미타불
앉아삼천리 서서구만리를보신다는 부처님께
날고기어봐야 부처님손바닥위에서논다는 내가
초파일에 절간을찾지않았구나
중생들이 삶의아픔과 고단함을덜어달라 시주를하고
꼬리에소원을그려매달은 연등을달고
하룻만에 소원성취를비는
수많은 보살님네들의 아우성으로번잡한 절간을피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또더하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내손으로모신
가평 뱅길이납골묘로
할아버지 할머니를뵈오러갔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달스므이렛날에 수진이시집보내요
행복하게잘살아가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내달오월초하룻날엔 보겸이가군대가요
건강하게 무사히다녀올수있도록 지켜주세요"
북어포하나 덜렁 상석에올리고
동동주 종이컵에따뤄드리고
업드려 절을두번하려니 잡초가 눈을찌른다.
유택도 제대로돌보지않으며 소원말씀드리자니 염치가없다.
군대갈 아들놈과 예초기로후리고
갈퀴로긁고 낫질로다듬기를 사흘
소나무네그루, 잣나무한그루, 싸리나무열다섯무더기 서른여섯그루,
느티나무다섯그루, 뽕나무한그루다듬어 울을세우고
심지도않은 붓꽃이 난과같이 무더기로피어나는
내청룡 바위주변을보듬으니
살이통통오른 내백호않아쉬는자리앞 돼지석은
풀섶에서 나오길싫어하는것같다
지천태(地天泰)영원을조성한지 십년
그해에심은 소나무묘목이 그늘에서서쉴만큼자라고
그 그늘아래 돌덩이에앉아
플라스틱대금으로 어버이은혜를끊어질듯불었다
딸아이시집보내고 늦둥이군대보내니
나군대가고 장가들적 할아버지할머니옛모습이보여
콧등이시큰하고 유리창엔 빗물이흐르듯한다
말없이떨군 눈길에 끊어질듯한허리로
이리저리 바삐기어다니는 개미를헤어보며
마음먹으면 개미의 먹이를뿌려줄수도,
또 발로밟아죽일수도있는
내가부처고 개미가중생같단생각이들더라
부처님과 말이통하지않듯
개미나 나나 여기있어야할뜻을 서로가모르는데,
수많은중생들의 소원과바램을들어주시느라 오늘같이바쁘신부처께서
내게 베풀어주실자비가 얼마나될까보냐
개미가치어다보는 내가 부처라면 바랄것도
그놈이그놈같고 내눈으론알아볼수없는개미가
아까전에뭔짓을했는지 무슨수로알아보랴
그나마그것도 사바세계에서지은업에따라 많이주고 적게도,
또 아니주실수도있을텐데,
절에가 부처님께업드려비는것이
내 할머니할아버지가 보살펴주심만 못할것같아
영전에 술올리고
묘소에 금초하고
시원찮지만 대금소리들려드리며
때이른더위를피해 아침나절사흘공양을올렸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