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정월

인력시장

김 영철 2017. 4. 17. 10:42

품 안에 놀던 때 곱게 키우던  

품속에 보듬었던 꿈은 부서지고

품었던 사랑마저 저 멀리 가고

품 안에 남은 거라곤 마른 가슴뿐

 

어쩌지 못하고 

품팔이로 나설 수밖에 없어

인력시장에 나앉은 내게

꿈은 남아있느냐 묻지 말아 주

다만 가진 것이 있다면

아직은 남은 삶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것뿐

 

어제는 인삼밭

오늘은 공사판

내일은 또 어디로 팔려갈지

뉘엿뉘엿 지는 해거름에

품삯으로 얻은

오만 원짜리 지폐 두장을 속주머니에 숨겨 넣으며

대포 한 사발 간절하게 바라는 목 젖

힘없이 풀린다리 달래고 추스르며

인력사무소 유리문을 밀고 나설 때

불리우는 내 이름

어~이 김 씨!?

.

나는 야 품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