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
누가 내게 묻기를
바다 건너 어느 나라에 가본적 있느냐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소
내 나라 내 땅도 못다 본 놈이
남 의 나라엘 가서 무엇을 더 보려느냐고
외국 다녀온 얘기하는 그 에게
나 는 이렇게 말 하오리
나 살아 육십여 년
남한 땅 위를 수박 겉핥기 나마
제주를 돌아 보고
울릉을 밟아 보고
독도를 다섯번 찾아 바위를 기어올라 보았소
내 나라 내 땅이 좋아
아직도 못 밟아본 그림 같은 곳 이 많은데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볼게 뭐 있겠느냐고
나는 남 의 나라에는 가지 않겠소
금강산을 내 손으로 쓰다듬어 보고
이별 눈물 더 한 대동강에 발 적셔보고
칠보산을 휘돌아 정주에 들러 술한병 들고
영봉 백두에 올라 두발을 딛고
천지의 맑고 푸른물을 내 손으로 떠 먹어보기 전 에는
나 는 다른 나라에는 가지 않겠소
일제의 압제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이 누리 이 산하를 놔두고 외국여행 가자니
왜놈들 들까부르는 꼴 에 열불이 일어 나는 안 가오
이 바다 이 하늘을 제 집 마냥 드나드는
양키 바라보는 속 이 미어터져 나는 못 가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일 아파하는 이 땅을
무슨 낯 으로 내다볼 수 있겠소
외국이 멀기나 한가
하룻길이면 세상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데도
주머니에 기십만원만 있어도 가볼 수 있는 것을
사나흘 짬을 못 내어서
고린전 몇 닢이 없어 못 간다는 것이 아니오
사진 한 장 변변히 받아 볼 수 없고
꿈에서도 어디인지 몰라 가볼 수 없는
지척인 북녘도 모르는 내가 어딜 가겠소
외국이라면 사진이며 영상으로 마음껏 볼 수 있는데
무얼 더 보겠다고 그 땅을 찾아가겠소
그곳을 많은 이가 다녀오고 감탄했다 해도
아무리 천하절경이라 한 들 내 땅만이야 하겠소
내 생전 이국땅을 못 가보는 한 이 있더라도
나 는 염치없고 부끄러워 외국 구경 못하오
내 나라 이 누리가 하나가 되어
내 맘대로 가 보고 싶은대로 가볼 수 있기 전에는
내 멱살을 잡아
비행기 날개 위에 비 끌어매어 끌고 간다 한들
죽었으면 죽었지 나는 안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