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철 2018. 3. 23. 11:35

누가 내게 묻기를

바다 건너 어느 나라에 가본적 있느냐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소

내 나라 내 땅도 못다 본 놈이

남 의 나라엘 가서 무엇을 더 보려느냐고

 

외국 다녀온 얘기하는 그 에게

나 는 이렇게 말 하오리

나 살아 육십여 년

남한 땅 위를 수박 겉핥기 나마 

제주를 돌아 보고

울릉을 밟아 보고

독도를 다섯번 찾아 바위를 기어올라 보았소

내 나라 내 땅이 좋아

아직도 못 밟아본 그림 같은 곳 이 많은데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볼게 뭐 있겠느냐고

 

나는 남 의 나라에는 가지 않겠소

금강산을 내 손으로 쓰다듬어 보고

이별 눈물 더 한 대동강에 발 적셔보고

칠보산을 휘돌아 정주에 들러 술한병 들고 

영봉 백두에 올라 두발을 딛고

천지의 맑고 푸른물을 내 손으로 떠 먹어보기 전 에는

나 는 다른 나라에는 가지 않겠소

 

일제의 압제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이 누리 이 산하를 놔두고 외국여행 가자니

왜놈들 들까부르는 꼴 에 열불이 일어 나는 안 가오

이 바다 이 하늘을 제 집 마냥 드나드는

양키 바라보는 속 이 미어터져 나는 못 가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일 아파하는 이 땅을

무슨 낯 으로 내다볼 수 있겠소

 

외국이 멀기나 한가

하룻길이면 세상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데도

주머니에 기십만원만 있어도 가볼 수 있는 것을

사나흘 짬을 못 내어서

고린전 몇 닢이 없어 못 간다는 것이 아니오

 

사진 한 장 변변히 받아 볼 수 없고 

꿈에서도 어디인지 몰라 가볼 수 없는

지척인 북녘도 모르는 내가 어딜 가겠소

외국이라면 사진이며 영상으로 마음껏 볼 수 있는데

무얼 더 보겠다고 그 땅을 찾아가겠소

그곳을 많은 이가 다녀오고 감탄했다 해도

아무리 천하절경이라 한 들 내 땅만이야 하겠소

 

내 생전 이국땅을 못 가보는 한 이 있더라도

나 는 염치없고 부끄러워 외국 구경 못하오

내 나라 이 누리가 하나가 되어

내 맘대로 가 보고 싶은대로 가볼 수 있기 전에는

내 멱살을 잡아 

비행기 날개 위에 비 끌어매어 끌고 간다 한들

죽었으면 죽었지 나는 안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