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철 2018. 5. 20. 10:37

점심을먹으러 식당에 앉아 있는데 열려있는 문 밖으로

베이지색 양복에 하얀구두를 신은 신사한분이 지나간다.

참 오랜만에 보는 백구두 신사!

뭐하는 분이신데 나이도 우리정도는 되었을법 한데,

일행에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들도 첨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서른이 되기전 한국통신공사에 근무하던 시절

군청소재지 신읍에는 대림,학림홀이라는 맥주집에,

당시에 유행하던 스탠드빠까지 즐비하고,

그런 델 가면 대략 4인조밴드가 생음악을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

춤 을 추고는 했지만 춤 에 송방인 나로서는 얼치기 디스코 음악에만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예쁘고 멋있는 아가씨들과 부등켜 안고 추 는 사교춤은 그저 바라만볼 뿐

그날 같이 술자리를 하던 직속과장과 친구인 직원과 술김에 열 이 받아,

사교춤을 배우자고 의기가 투합했던 것이다.

군 내에서 젤로 큰도시, 춤 선생을 찾아보았으나 전두환이 5공시절이라

심심하면 비밀댄스 교습소를 단속하여 뽀글뽀글 머리볶은 아줌마들을 무데기로 몰아놓고

흑백텔레비젼으로 보여주던 때, 내 놓고 가르쳐주는 곳 도 선생도 찾을수가 없었는데

가을이 익어갈 무렵쯤 여관에 방 잡아 놓고 야매로 갈쳐준다는 소문을 듣고는

셋이서 무슨 비밀접선 하듯이 선생을 찾아가 보았다.

 

당시 여관방이라야 큰것이 세평 남짓한데

단속이 심해서 카세트에 음악 줄여놓고 그 좁은방에서 교습을 해준다는 거 였다.

당시 월급이 30만원 채 안되었는데 두달 교습비가 한사람이 십만원 이란다.

매일저녁 두시간씩 두달이면 웬만한 여자는 델꼬 놀수있다고 꼬드기는데 넘어가

비자금 모아둔것을 털어 세명이 등록을하고 말았다.

토요일에 등록?하고 이틀 지난 월요일, 퇴근을하여 간단하게 저녁을먹고 셋이서 여관을 찾아갔더니

여관 문 앞에 노란종이를 바른 큼직한 상조등이 달려있는게 아닌가.

여관주인집이 상 을 당했나보다 생각하며 돌아갈까 하다 언제다시와야 되는지 물어본다고 들어서니 

춤 선생 있던 방 에 사람들이 몰려있는게 아닌가.

일 이 뭔가 잘못됏구나 싶어 여관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젯밤 처음 온돌방에 연탄불을 넣었는데 연탄가스가 새어 춤선생이 죽었다는거다.

셋이서 서로 얼굴만 멍하니 쳐다보고있는데 여관주인이 고인과 어떤 사이냐고 묻는다.

"사이요?

아뇨 오늘 출장나와 방 하나 잡아 쉬려고 왔습니다!

상갓집에서 묵을수 없을것 같으니 다른데 가볼께요"

셋이서 어찌그리 대답을했는지도 모르고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말없이 한참을걸어오다 동료 친구놈이 그러는거다.

"교습비 돌려받기는 틀렸겠지?"

기가막힌 나

"야! 어젯밤에 죽었다는데 언놈을 붙잡고 돈 달라고 하냐! 

개망신 안당하려면 찍소리도 말아야 돼 마!"

축의금으로, 조의금으로 보통 3,000원,많아야 5,000원

친적이라야 10,000원 봉투에넣던 시절

우리 과장이 하는 말

"부조한번 제대로했네 삼십만원이면 100명이 할 부조를 우리셋이서 했어! 아이구!"

나도 한마디 아니 할수가 없어

"저승길가는데 노잣돈이 필요했던가 보죠, 급히 가느라고 우리한테 몰아서 받아가지구....!"

씨부리기는 했지만 속이쓰리고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그래 좋은일 한번 한 셈 치자!" 다섯살 더먹은과장이 어른스럽게 말한다.

마침 횟집이 보이기에 쐬주나하고 가자고 셋이서 말없이 25˚를 털어넣고 있는데 

횟집 앞 길을 백구두를 신고 튕기듯이 걸어가는 제비 하나

세놈이 똑같이 내뱉은 말!

"에이 ㅆㅍ!~ ㅈ~ㅇ~ㅅ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