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허수아비에 꿈
술 익는 집
김 영철
2019. 2. 7. 21:21
얹그제 돌지나 이제 네 살
예순셋인가 넷인가 내 나이가
지금 쯤 에서
굳이 욕심을 부린다면
갖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허름하더라도 깨끗한 술집이여
요즘같은 겨울이면
짧다른 장작 대여섯 개피 들어가
생철 연통이 발갛게 익어가는 난로에
막걸리도 있고
소주도 팔고
양주도 먹을수 있고
칵테일도 만들어 파는 집
그러나 안주는 없는 술집을
짜네 싱겁네 덜 익었네
골았어 상했어 초 가 됐어
듣기 싫고
꼴보기 싫어 안주는 안 팔려네
시원한 냉수던지
뜨끈한 물이던지
술 한잔에 물한잔 마시면서
안주발에 술맛을 모르는 그런 술집이 아닌
술한잔에 시 한수 읊을 줄 아는 이라면
달라는대로 술을 퍼주고
어느 낯선 사람에 시 일망정
여린 시구를 붙잡고
제 설움에 겨워 울 줄 아는 이 라면
술 값 같은 건 받지 않고
초등 동무가 찾아준다면
더더욱 반가울 테니 밤을 새울 것이고
첫사랑이 무심코 들린 발길에
나 와 우연찮게 마주치게 된다면
그 날은 모든 이에게 술을 거저 줄 테니
술이 익어 가듯이
웬만큼은 익은 삶 속에서
더 두었다가 시어버리기 전
난 농익은 술을 마시고 싶어
그런 술을 같이 하고프단 말이오
아무튼 난 그런 술집을 갖고 싶으니 어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