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사랑방
두루미
김 영철
2020. 1. 26. 16:14
하시라도 나 는 이런 생각을 해
머언 날 님 들은 우금치 무네미에서
왜낫에 떨어진 녹두꽃을 보듬어
해란강 건너 청산리 봉오동으로 갔어
이루지 못한 꿈 은 다시 바다를 건너
제주에서의 핏 내음이 여순을 휘돌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못내 잦아들었어
그들이 풀어낸 소리 끝내 울리지 못해
피로 물든 산하는 진달래로 붉게 피어났고
두루미 무리가 백마고지 위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찾아 돌아와
춤사위로 보이는 하늘가 저 너머
오륙도가 삼각산이 울음을 집어삼키고
권력에 취해 총검으로 빛 고을을 저밀 때
오라는 이 없어도 가야만 할 것 같아
촛불 켜 들어 길 맞이 나서는 지금
남 들 뒤에 선 내가 너무 슬퍼서
님을 위한 노래를 따라 같이 불렀어
진즉 끊긴 인적 없는 철원평야
버려진 너른들에 두루미들 모여
북녘을 바라보며 슬픈 노랠 부를 때
머언 세월부터 지금까지 스러져 간 님
그 아픈 울음 저 앞에서 들려도
우린 하늘을 바라보며 왜 말이 없는가
지금도 나 는 슬픈 생각이 들어
내 나라 우리 땅에 묻히지 못한 님 들이
두루미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동학, 독립, 제주 4.3, 여순, 한국전쟁, 4.19, 5.18, 촛불, 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