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수필)

이 봄이 다 가는 날

김 영철 2020. 5. 31. 15:12

유난히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 경자년 

새벽에 출근하면 추워서 오월 초하룻 날까지 온풍기를 틀어놓았더랬는데,

오늘 오월에 마지막 날 에는 선풍기를 닦아 1단으로 바람을 맞아본다.

 

오늘로 이 봄이 다 가는 날

온 세상은 코로나 19 감염병으로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가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입 에는 마스크란 재갈이 채워지고

마스크 속에 갇혀버린 들 숨 속에는 

술 담배, 간장에 절어버린 몸속에 온갖 냄새가 맴돌고 있다.

 

울릉도에는 지금쯤 꽁치가 그물에 가득하겠지

저동 방파제 안 에는 새끼 고등어가 떼를 지어 다니고

통구미 앞바다에는 알 가득 찬 성게 안주로 소주 들이켜고

내수전 오래된 조그만 부두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에는

쏟아질 것 같아 무섭기도 하던 별 들도 빛 나고 있으리라

 

세상사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한 시간 속에서도

봄 은 가고 여름은 오고

가진 것 하나 없으나 그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만 같은

그렇게 우리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들리지도 않고, 아무 맛 도

만져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가 무서워 

입을 여 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두려워해야만 했다.

손을 내밀면 맞잡아 보기가 망설여지고

문고리며 손잡이 붙잡기를 주저하면서

가까이 앉으려는 사람을 피해 자리를 뜨고

누군가 잔기침이라도 하면 귀신을 본듯하는

인간사는 그렇게 사람들을 떼어놓고 있다.

 

오늘로 이 봄이 간다

노랫가락에 이런 사설이 있다.

"綠楊이 千萬絲 인 들 가는 춘풍 매어를 두며..........."

휘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 천만 가닥으로도

봄을 매어 두지 못한다는 그 봄이 간다.

가는 봄을 어이하랴

봄 따라 가지 못하고 여름으로 가야 하는

이순의 한가운데에 서서 흰머리카락만 날리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