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청개구리

김 영철 2020. 8. 2. 20:25

초등학교 다닐적 교과서에 비 가 오려고 하면 청개구리가 우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 또한 비 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개울뚝 위에서 차마 울지는 못하고 흙탕물이

소용돌이치는 한냇 개울을 바라보며 사무실을 바라보며 궁시렁거리고 있다.

오늘오후 3시 호우경보가 내린 가운데 건너편 포천경찰서가 빗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내리는 빗줄기가 장난아니게 세찬데 개울물 불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사무실 짐 을 싸서 피난을 가야하나, 지난 5년여 동안 사무실이 침수되도록 개울물이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2018년에 내 애마 세워논 곳까지 물 이 올라왔었으니 그때보다 적게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노트북과 복사겸용 팩스, 중요서류와 TV, 낚싯대 가방 3개를 차량 뒷자리에 주섬주섬 옮겨놓고나니

제일 중요하고 값 나가는 악기가 벽에 그대로 걸쳐져 있다.

다른것은 몰라도 악기만큼은 잃어버릴수가 없어 휴대용 가방에 네 자루만 겨우 넣고 남은 악기를 보노라니

마음이 쓰리다. 

정악대금 하나, 산조대금 하나, 어중금과 계면단소 하나씩을 넣으니 가방이 빵빵하다.

날이 어둡기 전에 전기는 두꺼비집에서 단전시키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청개구리 생각이 난다.

피난가지 말고 청개구리 마냥 개울뚝에 앉아 울어나 볼까!

누가 알어 내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호우경보를 해제하게 해줄런지....!

엄마산소 떠내려간다고 울던 청개구리에 심정을 이렇게 실감나게 느끼게 될줄이야

휴대폰에서 재난경보음이 요란스레 울고, 개울가 재난안내 스피커방송이 빗속에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