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사랑방
경자야!
김 영철
2020. 12. 30. 19:35
경자년이 살아갈 날이 이제 하루 남았다.
며칠 전 애동짓날 밤에 경자는 죽었다지만
달에 셈으로는 아직 한 삭망을 더 살아 있는 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동지에 불알 얼군 개호주가 내닫는 모양인데
입춘 소녀의 입맞춤에 녹일 때까지
겨우내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거릴 게다
차마 얼지 못한 한내 개울가 에는
청둥 아낙이 여울목에서 멱을 감고
샛 서방 백로는 혹여 누가 훔쳐볼세라 망을 보지만
참새는 풀섶에 숨어 더 잘 보이는 자리 찾기 바쁘고
전봇대 위에 높다랗게 앉은 까치가
벌말 께 오리서방님 오신다고 휴대폰을 두드린다
뻐꾸기도 산비둘기도 혀 가 곱아 울지 못하고
개구리는 얼음장 밑에서 죽은듯이 업뎌 있고
옻나무도 가죽나무도 사시나무 떨 듯하는데
손가락이 곱아서 가는 님을 못 잡고
발바닥이 얼어붙어 따라나서지 못 한
내일 아침에 경자년이 그만 얼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