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시시한 시
바위
김 영철
2021. 2. 23. 15:44
슬프도록 아름다운 설화가 피는 날
행여 남이 볼세라 숨어서 인 듯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깊은 산속
누구를 기다려 눈 속에 서 있는가
머리에 쌓인 그리움 쓸어 내지도
가슴에 얹힌 하얀 눈물 닦아 내지도
굳어버린 몸 반 넘게 눈 속에 묻혀가도록
누구를 기다려 눈 속에 서 있는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칠 법도 하건마는
이 세상 다하도록 기다려 달라던 언약이 있었나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숨 쉬는 것 마저 서러운 그 오랜 세월을
까치발을 뜨고
고개를 들어
네가 올 것 같은 길목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만 돌 이 되었나
하얀 몸 숯덩이 되어 검어지도록
누구를 기다려 차디찬 눈 속에 말없이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