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약사 그 아픈 이름
김 영철
2021. 8. 18. 11:28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약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광복군이자 독립운동가, 제7대 국회의원 장준하선생께서
1975년 8월17일 박정희 독재와 유신에 항거하시다 비명에 가신 곳
8월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산길을 오르는 내내 온 몸에서 쥐어 짜낸 땀 을
약사골 냇물에 손 을 씻고 세수를 하는 눈 길 에는,
한해전에 세웠다는 표지석과 안내판에 선생님의 광복군당시에 사진이
산 을 오르고 냇물을 건너온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고,
둘러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는 다녀간 사람이 없는 듯 적막함이 감도는데
이름모를 산새들에 지저귀는 소리와 그리 많지않은 냇물이 바위를 휘돌아 가는 소리만
고요함을 시샘하듯이 나무그늘을 흔들고 있다.
한번은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못내 미뤄온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하신 곳에서
돌아가신지 마흔여섯해가 되어서야 약주술 따뤄 잔 올리는 손길은 부끄러움에 떨리고
지난 2013년 서울광장에서 겨레장으로 모실적에 올렸던 헌시를 날자를 바꿔 읽는동안
목소리는 흩어지고 꿇어앉은 무릎위로 가증스런 물방을 두어개가 떨어진다.
나 열아홉에 돌아가신 그날로부터 예순여섯이 된 오늘에서야 찾아온 이 자리에는
선생님께서 누우셨던 바위는 푸른이끼로 상복(喪服)을 입고, 갈참나무는 구붓하니 둘러서
이제서야 뵈러온 내게 상장(喪杖)으로 후려칠듯 근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