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선영에 노간지
김 영철
2021. 8. 18. 15:46
'태산준령 험한고개 칡 넝쿨 엉클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 휘돌아서 불원천리 허덕지덕
허우단심 그대를 찾아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 무심'
선영을 지키라고 심어둔 노간지 나무를 다듬으며
정선아리랑 한자락을 흥얼거리노라면
일 에 힘이 겨움보다는 가락에 한 이 서려있고
풍자가 있고 해학이 살아 있어 가요보다는 민요를 더 즐겨부르고 있다.
'우리집에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얽어대고 찍어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
노간지 나무 지게위에 엽전세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 소금사러 가셨는데
백복령 구비구비 잘 다녀 오소'
이 노간지 나무가 언제자라 지겟다리로 쓸수가 있을까
울창한 잣나무 그늘에 치이고 썩어 쓰러지는 나무에 눌려
드러뉘인 몸에서 가지가 하늘로 솟아 곧은 절개를 지키려는
우리네 삶 을 보는것같아 가시같은 잎새가 따가워도
말없이 선영을 지키어 섯는 노간지나무를 나는 사랑하노라
' 네 칠자나 내 팔자나 네모반듯 왕골방에
샛별같은 놋요강을 발치만큼 던져놓고
원앙금침 잣 벼개에 앵두같은 젖 을 물고
잠들기는 오초에도 영 글렀으니
장석자리 어툴멍툴 깊은 정만 주오'
할아버지 할머니 뵈오러 선영엘 오면
그리도 애지중지 키워주신 옛정이 그리워
다시는 뵐수없는 늙으신 그얼굴을 오늘도 그려 봅니다.
정선아리랑을 흥얼대다 서도소리 중에 좌창으로 부르는 초한가도 부르는데,
완창을 하기까지는 십여분에 시간이 소요되고 가끔씩 중간에 사설이 생각나지않아
머뭇 거리기도 하지만 서도소리 특유에 끌고 밀고 틀고 뽑아대는 가락에 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