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김 영철 2022. 7. 17. 19:22

나 아직 선거권도 갖지 못한 어렸던 오십수년 전에 그때, 김대중이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로 나서 박정희에게 석패를 하고 난 이후, 이 나라의 권력과 기득권들, 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넋빠진 인간들은 김대중을 일러 "빨갱이"라고 했었고, 아예 호남을 싸잡아 라도니 따블빽이니 하며, 인간이고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양아치만도 못한 짓거리를 서슴치않고 일삼으며 이 나라의 정권은 퇴행을 거듭하다 종내에는 부하의 총 을 맞고 스러지던 날!

 

나 는 소주를 마셨다. 30도 광릉소주 됫병에 '라면땅!' 한봉지를 안주삼아 통일벼 낟알이 논바닥에 누렇게 흩어진 논두렁에 앉아 병나발을 불면서 노래를 불렀다. "자 우리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 을 쉬는 고래 잡으러~!" 첫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곱게 미치지 못한 노래를 부르면서 유신군대에서, 이어질 예비군 동원령을 직감하면서.....! 

 

그날 이후 선거권을 가지고도 이루지 못했던 꿈 을 열일곱해 만에 유배지 울릉도에서 김대중의 대통령당선을 보면서 또 소주를 마셨다. 두홉들이 금복주 세병을 까놓고 오징어 두마리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말 을 해도 좋을까 사랑하고 있다고 마음한번 먹는데 하루 이틀 사흘.....!" 빨갱이란 소릴 들어도 좋았다. 그냥 막 뒹굴고 싶고, 미친듯이 개 뛰듯 하고 싶었다.

 

지난 봄 이재명의 대선패배를 보는 날 신 새벽, 취 하여 쓰러져 울던 귓가를 맴돌던 그 소리 "너 때문 이야!"

'그려 나 때문이여! 이렇게 엎어진 나 워쨌으면 되겠수?'

그 때나 지금이나 민중이 어렵게 이뤄놓은 듯 하던 민주주의가 정치 모리배들에게 여지없이 유린당하던 날

막걸리는 싱거웠다. 그래서 소주를 들이 부었다. 국민의힘이란 참담한 집단이 미운게 아니었다.

목숨걸고 찾아주면 속절없이 정권을 빼앗기고 마는 민주당이 싫고, 이런 엄중이 떠중이들을 장마통에 먼지가 나도록 패주고 싶은 것은 나 뿐만이 아닐텐데, 어제 이재명이가 민주당 대표로 나서는 기자회견을 보고 들으면서 또 소주를 마신다.

 

김대중.노무현을 죽기살기로 물어뜯던 들개들을 간신히 내쫒고 이루었던 민주주의가, 민주당이 어느새 또다른 들개들에 난장으로 바뀌어있음에 분노를 넘어 살의를 느끼는 오늘, 이재명을 향해 드러내는 송곳니를 몽창 뽑아버리려 나니 맨정신으로는 힘들거 같아 소주를 마신다. 이재명이나 나 나 왜 민주당에 희망을 걸어야하는지 그게 슬퍼 술을 마신다.

오만가지 잡탕 민주당을 갈아치울 대안세력 없음이 서러워 소주를 들이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