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사랑방
짜장면 집
김 영철
2024. 8. 5. 09:52
아비는 중학생 큰아들과 겸상을 하고
어미는 초등생 큰딸과 둘째아들
막내딸을 데리고 따로 앉아
자그마한 중국집 한켠을 차지하고
짜장면을 먹는다
아직 젓가락질이 서투른 막내딸은
엄마가 먹여주는 국수가락을
콧등에 춘장을 묻히면서 받아
오물거리는 입 을 바라보는
엄마의 짜장면 그릇 면발은 불어만 가도
제비둥지 속에 새끼들 마냥
엄마 몰래 노오란 무를
손가락으로 슬금슬금 집어 먹으며
재잘 거리고 있다
하나도 낳지 않는 세태에
아이 넷을 데리고 외식을 나온
옆자리 젊은 내외를 넋 놓고 바라보는
칠순인 나 나 아내나
친손도 외손도 소식없어
부럽기 그지없는 눈길 속 에는
어린 날 나에 다섯 남매와
아내의 아홉 남매의 모습이 겹쳐지고
오늘같은 여름 날 저녁이면
화덕에 찐 옥수수 광주리에서
크고 잘 익은 자루를 먼저 집으려던
손끝의 뜨거움에 움찔하던 기억같은
헛헛한 웃음만이 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