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검자 수용소
동두천시청 앞에서 그리고 이곳 소요산 주자창에서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부터 냉기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금까지 40여일 넘게 이곳 아스팔트 위에서 노숙을 하며, 저희들이 왜 흉물스런 저 ‘낙검자수용소’를 지키려 하는지 사유를 한번 들어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여기에 모여있는 저희들의 숫자와 의지로는 저 무지막지한 포크레인과 동두천과 소요산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원하시는 여러분을 이길수는 없습니다. 이틀전 저희들의 막무가내 저항앞에 물러서 주신 것도 저희가 무섭고 두려워서 진입을 하지못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다칠까봐 염려해 주시는 깊으신 배려의 마음이 없으셨다면 계획대로 진행하셨을것이라 저희들도 진정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소통이 불가능한 지금 동두천시의 행위로 보아서는 이 ‘낙검자 수용소’를 소수의 저희들 힘으로 지켜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희들이라고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바라는 바를 동두천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저희들의 생각과 판단이 잘못되었다는게 드러나면 여러분의 어떤 나무람도 욕설도 감사하게 받아듣겠으며, 지켜내지 못할 ‘낙검자 수용소’의 철거를 공무집행 방해라는 죄를 지으면서 까지 막아설수는 없는 것이기에 먼 발치에서 눈물로 바라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여러 어르신께서 저희에게 하셨던 말씀중에 “왜 지난 26년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나서서 난리를 치느냐” 하셨습니다. 이 수용소 부지는 작년 23년에 동두천시에서 매입하기전에는 사유지 였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사유지에서는 정부도 어떤 민간단체도 활용이든 철거든 누구도 재산권에 관한 권한행사를 간여하지도 요구할수도 없는것입니다.
이 ‘낙검자 수용소’ 부지를 동두천시에서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 부지와 여기에 남아있는 ‘낙검자 수용소’를 지방자치의 성격과 취지에 맞게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닌, 혐오시설이고 흉물로 남아있는 저 낙검자 수용소를 철거하고 가을 한철 소요산 관광지 주차장으로 개발하겠다는 일방의 논리앞에 시민이 참여할 여지는 애초부터 공간이 주어지지를 않았으며, 이러한 내용도 시민과 동두천시와의 소통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해들은 내용일뿐 지금까지 동두천시와 말 한번 나눠볼 기회를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철거하겠다는 동두천시의 행위에 저희들로서는 몸으로 맞설 수밖에 다른 방도가 있을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동두천개발위원회 여러분과 동두천시청 담당공무원, 그리고 혹여나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가 있을까, 본연의 바쁘고 고단한 업무중에도 우리를 염려해 주시는 경찰관 여러분께 저희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바램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내용은 저희가 동두천시에 말씀드리고자 하였으나 이틀전 여기에 오셨던 담당과장에게 전달마저 못한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는 60여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이 ‘낙검자 수용소‘와 부지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해 이곳에서 인간이하의 처우로 참혹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미군위안부‘님 들의 영혼과 이곳에서 청춘을 유린당하신 수많은 여성분들의 얼마 남지않은 그분들의 생애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인 ’양색시‘며 ’양갈보‘란 이름을 지워드리고 남은 생이나마 떳떳하고 편안하게 마치실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2년여 동안 경기도에 10,000명이 넘는 청원을 충족하여 경기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50,000명 넘는 청원으로 국회에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줄 것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를 시키고 이 또한 국회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급 입법기관의 답변을 들을수 있는 법정 시한 동안이라도 동두천시가 일방적인 철거를 유예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보시는 바와 같이 굴삭기를 대동한 공사 시공업체와 동두천시 공무원 여러분이 철거를 강행하려 함에, 부득이 저희는 힘에 부치는 줄을 알면서도 이웃과 누이들의 피맺힌 한이 서린 건물철거를 이대로 볼수가 없어 길을 막고 중장비 앞에 목숨을 걸고 드러누우려 하는 것입니다.
동두천시지역발전범대위와 동두천시, 동두천의회 모두 미군으로 인해 기지촌이라는 오명과 함께 낙후되고 황폐화 되어가는 시가지를 바라보며 어느 누군들 동두천을 아끼고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리고 싶지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희들이라고 이 ’낙검자 수용소‘를 이모양 그대로 존치하여 흉물로 남아있게 놔두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이웃 포천에는 바위를 깨고 캐내어 실어낸 거대한 바위산의 일그러지고 수직절벽으로 깊게 파여나간 자리의 복구방법을 놓고 고심 끝에 ‘아트밸리’라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매년 수만명의 관광객이 오고, 각종 예술공연을 보려는 관람객으로 넘쳐나는 명소로 탈바꿈이 되었던 것은 생각하나의 차이에서 갈라지는 것처럼, 여기 ‘낙검자 수용소’는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는 유일한 역사를 간직한 건물입니다. 이 수용소를 보존할수만 있다면 철거를 반대하는 저희 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합심하여 역사유산으로, 문화예술공간으로, 피해여성과 힘든이들의 치유의 공간으로 멋지게 꾸미고 다듬어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5성금 호텔을 지은들 동두천에 관광객이 늘어날 가치가 있을것이며 동두천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것이라 믿으시는지를 여쭙고 싶고,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한철 며칠동안의 편리를 위한 주차장 확장보다 문화유산으로, 평화공원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됨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동두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호텔신죽이나 주차장 확장에 비할바가 아닌 것은 잠간의 판단으로도 분명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 자리하신 여러분, 그리고 동두천시민여러분!
저희에 발언내용을 나눠드린 유인물로 확인하시고 잠시만 생각을 달리해 보시면 어느것이 동두천을 위해 보탬이되고 이익이 되는 것인지를 살펴 보신후에 결정을 내려 주시기를 다시 한번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동두천시 담당공무원님과 이 수용소 철거공사를 수주하신 공사관계자 여러분, 기왕에 발주된 공사의 무산은 지방정부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수용소 건물 내외부의 청소, 수용소 부지의 정리, 수목의 전지와 흉물스런 철조망과 울타리의 철거등으로 설계를 변경하여 공사비의 가감은 있더라도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으로 동두천을 위해 주시기를 또한 건의드리는 바입니다.
그리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는 않습니다. 경기도의 답변은 1개월 이내이고, 국회의 답변시한은 3개월입니다. 이 석달을 기다리지 못해 천추의 한을 품고 유명을 달리하신 수많은 미군위안부 님들의 넋 과 생존해 계시는 피해 여성 여러분에게 씻지못할 죄를 짓는 것이 두렵고, 아무리 부끄럽고 보기싫은 역사를 가진 건물이라 하더라도 후세에 남겨 다시는 이런 슬프고도 아픈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는 마음에 눈물을 머금고 업드려 동두천시민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한번 저희들을 믿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습니다. 어줍잖은 내용으로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해드려 죄송하오며, 긴 글 참고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10월9일. 공대위에 함께하는 포천깨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