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정월
길
김 영철
2024. 12. 1. 12:26
검은 것은 아름답다 했던가
흙 돌맹이 먼지 개똥이 뒤섞인
울퉁불퉁 삶 에 찌들은 누렇게 뜬 얼굴에
알키한 냄새 내는 시커먼 기름을 끓여
고운 모래로 비비고 공기돌을 섞어
골고루 펴고 다지고 두드려
일그러진 그 얼굴에 두툼하게 화장을 한다
그 검은 화장위에 노란 눈썹을 그리고
깊은 상처 난 자리에 반창고를 붙이고
머리카락 늘어진 가생이로는 하얀 금을 그어
솜털 한 올 자라지 못하게 하고
서리 눈으로 하얗게 분칠을 하는 날이면
촘촘한 이빨사이 싯누런 침이 흐르고
움푹 들어간 눈 에 눈물이 고이는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길
눈물에 젖고 이빨에 찢기우며
검게 물들인 화장을 지울 때 쯤이면
얼개미 같이 뚫어진 가슴속으로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어는
붉은 황토길 고향에는 그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