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며 지나는 길 가
단식 한다는 사람을 본다.
이 한겨울에 그것도 길거리 보도블럭 위에서.
근데 이 단식하는 이 하는 말 이
일본과 군사비밀보호협정 연장을 위해
죽을 각오로 단식한다며 엄숙하고 무게있게 각을 잡는다.
아침나절에 오기를 밝혔다는데
해질녘이 되니 털모자를 쓰고 오리털 파카를 덮어쓴다.
어차피 죽을 각오였다면
굶어 죽으나
얼어 죽으나 그게 그 건데...
굶어 죽으면 고통이 길 고
하룻밤 새 얼어 죽으면 힘들게 오래 버틸필요없이
편하게 얼어죽었다고 시비할 놈이 있을까
또 한겨울에 객기부리다 아까운 명 재촉할것 같아
그게 못내 걱정이 되어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만
한달여 전 머리를 깍 던 날 에는
애국가를 틀어놓고 조무래기들 앞 뒤로 세우고
그것도 대궐앞에서 기래기 찍새 모두 불러놓고 그러길래
오래전부터 닛뽕 사무라이를 존경하여
할복보다 한단계 높여 목 을 찌르려는줄 알았더니
바리깡에 애꿎은 머릿털만 잘렸단 소식을 듣고
이발소에서 머리깍을 돈 만원이 아까워서
그래서 그랬었는 줄 을!
내 미쳐 몰랐다!
증 말루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