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대소리 시월 24

고추잠자리

쓰르라미 노랫가락에 저무는 날가죽잃은 소 한마리 길 게 우니마른 오동나무 가녀린 허리위에 멍든 가슴 징 하니 울리고  자즈러지는 쇳소리 돌아 나갈때 짜다말고 되돌아서 풀어가는 진 세모시 고깔 속 흐르는 눈물은춤 사위 소맷자락으로 훔쳐내고붉디붉은 나삼깃 가을바람에 적시며 소곳소리 이리저리 저리이리하늘하늘 무리무리 수 를 놓누나  커다란 겹눈 속 낱 눈으로 살펴먼 옛날 제갈씨가 사마씨를 잡으려맨땅에 그렸다는 팔진도를 치려는지길군악을 울리며 흩어졌다 모이고저무는 하늘가에 오방기를 날리며빠알간 고추잠자리 군무에 취 한떠 도는 구름마저 붉게 물 들이고 있다

젓대소리 시월 2022.08.11

사물놀이

놋쇠 덩어리 두드려 펴서 구부리고나 에 가죽을 벗겨 나무통에 씌우고네 벗이 둘러앉아 가슴을 열어 젖히고채 를 들어 눈길을 따라 마음을 치노라니 가죽을 내어준 황소의 점고가 영각을 켜면허리 가늘은 장고에 콧소리와 교성이 일고단조에 멍들어 아픈 쇳 소리 자즈러질 때  채 에 맞아 아린 가슴속 울음을 토해내는 징 일곱마디 칠채가락에 덩더덩 덩더덩 내딛다궁다다 궁다다 바람을 가르고 말 을 내달려마당삼채에 따라온 삽살이 가쁜숨을 몰아쉴 때휘몰이 짝쇠의 쇠 울음이 남아있던 혼마저 앗아가는 궁다 궁다 구궁다다 궁다 궁 하디 궁 한 인간사당다당 당다당 당다 당다 당다당 하 많은 설움 응어리져참을수가 없어 둥 둥 두둥 두둥 둥두둥 울리는 소리징 하니  답답한 가슴을 열어 내어 보내는 울음 산 허리에 실안개 둘러치고동산에..

젓대소리 시월 2021.12.29

귀뚜리

새벽에무슨 할 짓이 그리 없어서흙 속에 묻혀 어둠 속에 자라난 뿌리를 더듬고 있나바위틈을 헤집어 내리고 엄동설한에도 얼어 죽지 못한그 기나긴 세월이 너무 아파서 한낮에말 못 한 사연이 무에 그리 많기에대나무에 구녕 뚫으며 하소연을 하라 칼질을 하는가 속 빈 댓가지를 울려 또 누구를 울리려 하랴마는혀 가 떫어서 옮기지 못한 말을 대신 전 하려 해 질 녘남에 가죽을 벗겨 나무통에 씌우고방망이로 두드리며 울음을 우는 것은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같이 겪어보려 한다지만밤가시에 찔림에도 움찔하는 인내가 부끄러워서 밤 참에잠들기도 아까운 시간 속에가나다라마바사를 짜 맞추고 있나아수라에서 다투는 아귀들에 이 처절한 외침을 쓰노라밤새워 손가락에 굳은살을 박아 넣으며 하루를얼마 남지 않은 술병을 부등켜안고취하지 못한 빈 ..

젓대소리 시월 2021.10.15

이 가을이 다 가는 날

이 가을이 다 가는 날온 산을 붉게 물들이다 찬비에 떨어져 가는 단풍 앞에서서리 까마귀 우짖는 비인 들판에 서 서까닭 없는 설움에 목 놓아 울어보고 싶은 바람 따라왔다가 구름 따라가는 길에이름 모를 산모퉁이 양지바른 잔디 위에 속 된 만 가지 근심 걱정 놓아주고그만 오고 가는 세상 인연일랑 묻지 말아 주었으면 꽃 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노라며읇조리던 북녘 어느 시인과 주막에 마주 앉아내리는 가을비 한 사발 들이켜가며 마냥 제 설움에 겨워 보았으면  늦은 달 이 뜨는 동산 사잇길로 술 한동이 지고 오는 이 있다면 젓대소리 어설피 늘여가며굳이 무슨 가락인가 물을 것도 없이 오늘 시월 열아흐레 이 밤을 고이 새워 보련마는

젓대소리 시월 2019.11.13

젓대소리

막아서는 산을 돌아드니돌아가는 물을 막아서며되돌아 가는 듯이 흘러도가로막는 날 넘으려 하지 않고굳이 돌아가는 널 붙들지 못해낭떠러지 만들어놓은 벼랑을 지나냇물은 여울가에서 슬피 우누나 가로막고 버티어선 산을 에돌며 하넓은 세상사를 두루 돌아보았소소에 들러 걸음 쉬어가는 여울 당신에게보지 못한 세상 이야기 많이 얻어 들었구려저만치 가다 뉘라서 물어온다면나 여기 마른나무에 가지에 핀 설화가 좋아그림이듯 그렇게 젓대 들고 있다고 말이오

젓대소리 시월 2017.06.06

白露에 젓대를잡고

달빛담은 이슬방울 불 밝히고산 그림자 불러 수묵화 병풍치고익어가는 가을이 뜰에 온통 금빛이니이밤 님 부르지마라 젓대 손에 들었나니 청성자진한잎에 이슬 구르고상령산 내린줄기 구름이 쉬어가는구비굽이 아리랑고개 휘돌아 넘어입정에 드는꿈을 아스라히 그리나니 대(竹)울음에 세상사 헹구어 낼제귀뚜리 옛이야기 쉬엄쉬엄 이어지고바람정간 나뉘고 흩어져 별이 질때면늦은꿈에 스며드는 가을이 아파마른입술 적시어가는 입맞춤은 길어라

젓대소리 시월 2016.09.11

젓대소리 (2)

산첩첩(山疊疊) 수청청(水淸淸) 무지개 메아리지던 봄꿈은 간곳없고푸른꿈이 꺽이어 누르게 색이바랜풍죽(風竹)하나 바람타고 가슴속을 울린다 들으려 하는지 얻으려 하는건지불으려 하는지 취(取)하려 하는건지  불어도 들어도 보이는 것 하나없고취하고 얻어도 가져갈것 하나없는색즉시공 공즉시색 그 불집을 건드림은  황중태~ 중태 중남임 ~상령산(上靈山) 세령산(細靈山) 감돌아들어수룡음(水龍音) 들려오는 곳남황중태 중태황 태황남 ~만월야(滿月夜)에 우는 늑대의 피울음일지언정태황ㄴ 태중임태 임중임 ~ 꺽고 다루치고 요성 농염하게 흘러내리는다향(茶香)한소리 얻어 들으려는 기다림일레라

젓대소리 시월 2015.08.08

눈 내린 山村

소나무는 가지를느리워 그림이듯 서 있고마음비운 대나무 눈 속에 푸르른데고즈넉한 난들에는 달빛이 하 고와라 올록볼록 솟아오른 밭두렁 아래에새하얀 목화이불 속 개구리 꿈 을 꾸고달빛에 잠깨어나온 토끼한마리 발자국을 찍어보는 그림속에 네 모습을 다 못다 담고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릴수 없다마는젓대 그 곱고도 깊은 가락으론 전 할수 있으리라

젓대소리 시월 2015.07.22

대금과 나

대나무는 나를 닮아 누르고마디마디 곧추세워 다스린 몸쌍골 곧게패인 가슴속은 붉은기운 가득하고서리서리 이어지는 가락은 푸르러 태어나 여섯공 모두 열어우는 중려에고선 맑은눈을 보태 세상을 보고내가 주인되는 태주 푸르른 꿈속황종가락 두귀로 처음 듣던 날 취구에 이는 바람소리 학이 날으고범이 내달으며 청공 울리는 소리메아리로 수놓은 칠보산 깊은골벽계수 맑은물 소리에 해탈을 얻을   무역 두줄기 뜨거운 숨결이그 부드러운 남려 한가락에 남을때여섯공 모두닫아걸어 칠성공 우는뱃고동 소리이듯 그런 임종 이었으면

젓대소리 시월 2015.07.11

젓대소리 (1)

두자가웃 쌍골패인 대나무에세로넓은 취구하나가로넓은 청공하나작고동그란 지공여섯외로남은칠성공을 마디맞춰 뚫어놓고가느다란 노끈꼬아자근자근 역고 묶은 왼어깨에 살포시 기댄젓대그 붉은 입술에뜨거운가슴 더운기운을 불어넣으며왼손목을꺽어 지공셋을 감추고오른손세가락으로 여닫기를하니 청공을 울리는소리 하늘에닿고지공을 여닫는소리 땅을울리며만년을 잠들어있던 바위를깨워천년을지나도록 끊김없이이어지누나 여울물 흐르는듯버들가지 하늘하늘솟는 샘 맑은듯 새순인듯 여린듯이묏등성이 넘고너머 비탈진길 굽이구비 휘돌아들어 푸른숲 붉은꽃가지사이 꾀꼬리노래개구리울어 지새우는밤꽃 하얗게피는밤 님에 속삭임불붙은 단풍의 뜨거운숨결 눈내려 잠못드는 겨울밤의그림을 가락에 얹어마디마디 정간을따라나에혼과 넋의소리를 부르네부네 님과 날과 사랑노래 젓대를 부네

젓대소리 시월 2014.12.14

김장

별빛에 영근 생강을 갈고달 품은 마늘은 곱게 다지고마디 없는 대파 쪽파 마디마디 끊어 끼끗하게 알 배인 절군 배추에허벅지 미끈한 무우는 채 치고푸른 갓 헹구어 쓰고붉은 고추로 입술 칠하고새우 젖가슴 내어 간 을 맞추니입동 지나 휑하던 마음에 짭짤한 온기가 돈다 소주잔에 한 살 나이를 담아배추쌈에 혀를 감으니꽃피는 산골을 지나온비 에 젖은 무지개 아래까치밥 남은 감나무첫눈은 내려 쌓일 때숭숭 썰어 붉은 깍두기 칼칼한 알타리 달랭이젖빛 시원한 동치밋국에는 살얼음 쩡하니 주름지어 잡혀있다

젓대소리 시월 2013.11.19

아리랑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삼겨나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산 넘고 물을건너 가슴적시는 노래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이별이 서러워도 사랑으로 보내오니나 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그리는 님에게로 돌아와 주십소사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아라리 따님을 두시었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라리 메나리 외손을 두시었소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베틀바디 사이사이 구 아리랑에는사람에 한 평생 사연도 많고길쌈 힘 에 겨워 긴 아리랑 가락으로구비 굽이 감돌아 드는 얘기도 많아아주까리 동백피는 강원도아리랑 자락아리랑 고개넘어 아리수를 건너옥수수 감자밭틀 정선아리랑 너머아리랑 아리 세계를 찾아간다 아리랑 가락에 사랑실어 오시오고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사설에 설움지워 가옵소서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아라리 자락에 그리움익혀 두오..

젓대소리 시월 2013.10.02

칠석

잔물결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달빛을뱃전에 낚싯줄로 주섬주섬 역어다가님 오실 오솔길에 꽃등삼아 달어두고 구름바다 건너가는 초이레 반달은석유등잔 기름쪼는 불빛에 보태어서님계시는 밤이오면 들창가에 걸으려오 그리워 바라보면 아득하니 넓은별이흘러 강 을 이룬 은하를 건너한 해를 기다려 하룻밤 님 뵈옵는 날 까막까치 어깨겯어 놓아준 다리위에 손잡고 바라보고 울며 돌아 가는 길달빛에 그림자 따라오면 나인줄로 여기소서

젓대소리 시월 2012.08.03

님과 나

코끝을 스쳐가는 향기를 잡고언제다시 만날수 있느냐 물으니지금 이맘 때 예서 볼수 있노라는세월은 서쪽으로 가고나 는 동쪽으로 간다 머리카락 흔드는 바람을 쥐고너 는 어디에서 오느냐 조르니내 마음속에 여울이 생길때옛사랑엔 미련 남기고님은 새 정 찾아 간다 봉오리 부풀어 오고달 빛이 밝으면에 돌아 갈 것 없이나 는 님 에게로 가고님 은 남 에게로 간다

젓대소리 시월 201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