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그 뒤에 덧대어 콧수건을 달고
모서리가 닳고 헤어져 가시가 드러난 책상에 업디어
잘 여문 밤 알 같이 윤기가 흐르는
까맣고 새하얀 누름판을 건드리던
곱고도 가느다란 손가락의 놀림에 취해
여덟살 배기 나 는
콧물이 늘어지는 줄 도 몰랐다
겨울 바람에 우는 문풍지의 소리
그 뜨거운 여름 날
나무에 곧추 매달려
해 를 향해 대 들던 매미의 울음소리
번갯불이 번쩍하고
뒤미쳐 들려오던 천둥치는 소리
추운 겨울밤 앞 방죽에
얼음 꺼지는 소리
이 소리 저 소리를 모두 모아 놓은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풍금의 소리
반들반들 네모진 나무 궤짝에
병아리가 모이를 쪼듯 두드리고 찍어
꾀꼬리 보다 더 기막힌 소리를 내는
첨 보는 예쁘디 예쁜 여선생님에게 홀려
콧물을 훌쩍이며 따라 부르던 노래를
그래도 늘어지는 콧물과 함께 힘 껏 들이 마시며
앞 을 가리는 버짐먹은 머리통을
냅다 쥐어박아 버리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