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허수아비에 꿈

나으 시

김 영철 2013. 10. 9. 11:48

바윗틈에 굽은 소나무의 송진 내

마른 개울가 붉은 여뀌의 향기

어스름에 감춘 허수아비의 꿈

남 부끄러운 걸 글자로 옹그려 놓고

다만 나 혼자 맡아보고

몰래 숨어서 꺼내보고

미친이 같이 웃기도 하고

선잠깬 아이처럼 말 못하고 울어보는

 

꽃잎처럼 흩어진 별리에 사연

부서지고 깨어진 청운의 꿈이며

아직도 못다한 첫사랑의 고백을

여기에 감추어 놓고 구름으로 표시를 해 두면

 

빗방울이 흠뻑 젖어보고

바람은 낱장을 넘겨가며 들춰보고

꽃잎은 떨어져 보고

햇볕이 바래어 질때까지 들여다 보고

이슬도 내려 보고

달빛은 토끼그림자 비춰 보고

먼지가 앉아 보고

좀이 쏠아도 볼테니

나 는 행복 하여라

 

그러다 그러다가

가난한 이 궐련 말아피울 종이가 되어

연기로도 피워 본다며는

님 에 가슴속에 깊이깊이 새기고

하늘로 올라 눈 되어 내려

난들에 구렁에도 하얗게 피었다가

가뭇없이 스러져 갈수 있다면야

나 는 더없이 행복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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