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윗틈에 굽은 소나무의 송진 내
마른 개울가 붉은 여뀌의 향기
어스름에 감춘 허수아비의 꿈
남 부끄러운 걸 글자로 옹그려 놓고
다만 나 혼자 맡아보고
몰래 숨어서 꺼내보고
미친이 같이 웃기도 하고
선잠깬 아이처럼 말 못하고 울어보는
꽃잎처럼 흩어진 별리에 사연
부서지고 깨어진 청운의 꿈이며
아직도 못다한 첫사랑의 고백을
여기에 감추어 놓고 구름으로 표시를 해 두면
빗방울이 흠뻑 젖어보고
바람은 낱장을 넘겨가며 들춰보고
꽃잎은 떨어져 보고
햇볕이 바래어 질때까지 들여다 보고
이슬도 내려 보고
달빛은 토끼그림자 비춰 보고
먼지가 앉아 보고
좀이 쏠아도 볼테니
나 는 행복 하여라
그러다 그러다가
가난한 이 궐련 말아피울 종이가 되어
연기로도 피워 본다며는
님 에 가슴속에 깊이깊이 새기고
하늘로 올라 눈 되어 내려
난들에 구렁에도 하얗게 피었다가
가뭇없이 스러져 갈수 있다면야
나 는 더없이 행복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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