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시시한 시

立夏에

김 영철 2017. 5. 5. 10:41

 

꽃은 피었으나 그림이듯 그렇게 가만히 있습니다

뭉개구름은 하얗게 떠 있어도 흘러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곁에 있어도 말 한마디 없습니다.

바람한점 없는 따가운 햇살 아래에

오는 봄 은 또 이렇게 가고 맙니다.

 

앙상한 가지에 붉게 붙었던 불 은 꽃잎으로 져도

몽글몽글 살이 오르는 가지에서 이슬내리고

속살 꺼멓게 드러냈던 묏등성이 푸른옷을 걸쳐가는 날

여울목에서 먼 산 바라보던 백로가 

오늘이 입하라 일러줍니다.

 

꿈 같이 스러져 가버린 봄 의 끝날

하릴없이 나앉아 바라보는 들녘

아지랑이는 아물아물 하늘로 오르고

그늘하나 없는 뙤약볕 내리는 길 을

사람들은 아무말 없이 왔다가 다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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