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었으나 그림이듯 그렇게 가만히 있습니다
뭉개구름은 하얗게 떠 있어도 흘러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곁에 있어도 말 한마디 없습니다.
바람한점 없는 따가운 햇살 아래에
오는 봄 은 또 이렇게 가고 맙니다.
앙상한 가지에 붉게 붙었던 불 은 꽃잎으로 져도
몽글몽글 살이 오르는 가지에서 이슬내리고
속살 꺼멓게 드러냈던 묏등성이 푸른옷을 걸쳐가는 날
여울목에서 먼 산 바라보던 백로가
오늘이 입하라 일러줍니다.
꿈 같이 스러져 가버린 봄 의 끝날에
하릴없이 나앉아 바라보는 들녘
아지랑이는 아물아물 하늘로 오르고
그늘하나 없는 뙤약볕 내리는 길 을
사람들은 아무말 없이 왔다가 다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