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정월

노동자

김 영철 2022. 9. 13. 21:10

거친 손바닥에 얼굴을 비춰 보면

으깨진 시멘트와 자갈을 비벼넣은 머릿속은

생각마저 스치로폼 같아서

물 도 색감도 스며들지 않는데

소금기 허옇게 배인 저고리는 쉰맛을 내고

촛점 잃은 눈길은 별 위에 흩어진다

 

아는것은 어디 쓰일데가 없고

배운대로 벌수있는 곳 보이지 않는

오래묵은 병 처럼 언제나 앓는 배고픔만이

멀건 보리죽인들 마다하지 않으랴 만

잘 익은 노을을 품 에 안고

나는 밤 을 새워야 했다

 

밤 새워 마루틈새 쏠아대는 바람

시리고 저린 아픔에 눈물도 지지않는 날 

쳐지고 옹그라드는 어깨를 감싸 안고

별 을 헤다 세다 얼어자는 밤 이면

허수아비 기울다 기울다 쓰러지듯

손바닥에 어리는 내가 거울속에 있다

하루일을 얻으러 나온 인력 사무소

여섯시가 채 되지않은 시간 사무소 앞 한냇 개울가에 앉아 동 트는 하늘을 본다.

반월산 위로 높고 낮은 구름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말없이 가고 저 너머에서 오르는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들고 있다.

노을빛에 비추인 한냇개울도 붉은데, 청둥오리는 햇살이 비춰야 잠에서 깨려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노동자의 새벽은 아프기만 하다.

그래서 하늘도 아픈듯이 붉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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