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을 추는 팔월

시인과 나

김 영철 2016. 3. 25. 16:06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밤

쳐다보기만 하던 지붕을 몰래 기어오른다

저위에 올라서면 멀리 볼 수도

땅 위에 기어 다니는 것들을 내려다볼 수도

죽도록 땅을 파서 먹고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한쪽이 기울어져 썩은이엉이 손에잡히는곳
붙잡고 힘주면 끊어지고 부서져도
이엉도매달려있는 새끼줄을 더듬어찾아
무릎에 발톱을달아 발바닥을 붙이려는찰나
용마루에 걸터앉아있던 그믐달이
냅다 굴러내려오며 뽀족한모서리로 얼굴을찢는다
시뻘건선지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간신히 위를 바라보니 핏빛인데
하얗케박혀있던 별들이 
찢겨진 상처에
핏물어린 눈알에 소금처럼뿌려진다
 
썩은 이엉속에서 엄지손가락만한 굼뱅이가 내다보며
내가 지붕에서떨어질땐 생각이있어서 떨어지지만

당신은 예서 떨어지면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없어질 거라 한다

밤은 어둡고 
처마밑에 잠들려던 참새네식구 넷(net)이 놀라서우는데
어둠을 지운다고
희뿌옇케 안개가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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