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 부터 밑반찬을 만들고 있다.
들깻잎 순 을 따서 팬에 볶고
감자를 깍뚜기처럼 썰어 맑은물에 삶아 양념을 한뒤 간장에 조리고
오이지를 썰어 물기를짜내 들기름에 무치고
지난가을 김장김치에 참치통조림 넣어 찌게를 끓이고
새참에 먹으라며 옥수수 쪄주고 풋고추 따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당일 아침에 사흘치 밥을지어 밥통에 넣으면서
끼니 거르지 말고 때맞춰 꼭 먹으라 하는
2박3일 여행 다녀오겠노라며 바쁜 아내에 뒷모습을 본다
그깟 사흘이 걱정이되어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것이
내가 그동안 얼마나 아내에게 짐 이 되었었나 하는 마음한켠에
이틀밤을 친구놈 불러내어 술먹을 생각만했던 내가 부끄럽다
밥통을 열어본다
밥이 하나 가득하다
이 밥을 사흘안에 다 먹어야 한다
냉장고 안에 반찬담은 그릇이 여남은개가 넘는다
이것도 어느정도까진 비워야 할게고
찌게솥은 때마다 데워 한여름 더위에 상하지않게 해야한다
밥 해 놓고 반찬만들어 놔둔게
내가 끼니거를까봐 그런 것 보담
이 인간이 당신없는 동안에 개 싸다니듯 할까봐서
고도의 감시수단을 만들어 놓은것만 같다.
당신 여행다녀올 시간 그 동안 에는
한끼도 거르지 않고 먹어야만
당신없는 동안 아내에게 감사하며
내가 착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증명될터이니
이일을 어쩌면 좋으냐 말이다.
그렇다고 달리 무슨 계획이있는것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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