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수필)

동지

김 영철 2019. 12. 22. 11:13


정 칠월

이 팔월

삼 구월

사 시월

오 동지

육 섣달 이라고

가장 대비가되는 한해에 달 을 부르던 옛 이름이 생각나는 오늘

애 동지 중 동지가 아닌 노 동지라 하는 오늘은 동짓달에 동짓 날

'동지에 불알을 얼군 범 입춘에 녹인다'던 옛말이듯 추위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연탄은 구경도 못해보던 시절 검정고무신을신고 산으로 나무하러 갈때

이 짧은 하루해에 두짐을 하려면 새벽에 낫갈아들고 지게걸머지고 아직 동도 트지않은 어둔밤이지만

하도 다녀본길이라 길가에 솟은 돌맹이며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지않고도 잘 도 다녔더란다.


그 시절 가장 무서웠던 사람은 지금에 검찰도,경찰도 아닌 '산림감수'라 부르던 사람!

신분증도 아무런 표식도하지않은채 나 산림감수요 하면 나뭇짐 내팽겨치고 산속으로 냅다 도망치던 날

한참을 숨어있다 산림감수에게 들킨자릴 가보면 나뭇짐은 간곳없고 빈 지게만 덩그러니 남아있는데,

동짓달 짧은해는 어느새 천보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빈 지게를지고 힘없이 대문을 넘던 기억너머 또 한사람 저승사자같던 이 

솔모루에서 짐자전거에 한섬들이 나무술통에 막걸리를받아 

반쯤은 맹물을 더 부어 됫박으로 팔던 두종네 가게

거기엔 고급이랄수있는 지금에 안동소주같이 탄내를풍기는 30도짜리 광릉소주가 댓병에 담겨있었고,

25도짜리 진로소주,백화소주가 나무궤짝에 들어있어 술꾼을 기다려도 살 돈이없던 우리집에서는

제사에쓰고 정월에 손님대접하려면 어쩔수가없어 추수끝나기가 무섭게 부족한 쌀 대신, 

거둬들인 수수를 대껴 고두밥을짓고 밀 을 으깨어 아랫목에 이불덮어 띄운 누룩으로 밀주를 담가 먹어야했는데,

사랑방 아랫목에서 담근술을 익혀 나뭇광에 독을 묻고 걸러낸술을 나뭇가리속에 숨겨놓았다가,

어느날 동네에 세무서에서 밀주단속나왔단 소문이 돌면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혀지던시절

내 어른이 되면 산림감수나 세무서원 하는게 가장 끝발 좋을것 같다는생각도 아니해본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무로 땔감을 마련하는이 하라고해도 할사람이없고,

밀주를 담그라해도 귀찮고 번거로워 시원한 맥주에, 골라먹을수있는 소주, 막걸리가 지천인 지금

예나 지금이나 겨울이오면 손시리고 발시린 날 사랑방 아랫목에서 술 익어가던 소리가 

화로에서 끓던 청국장냄새와 어우러지던 그때가 아련하게 떠오르는 오늘이 동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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