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소한에

김 영철 2021. 1. 7. 16:21

생전에 울 할아버지께서는 가족에 대해서도

세상사에 대하여도 별 로 말씀이 없으셨다.

무슨 일을 하시려면

할아버지 혼자서는 안되는 일 이라면

초등학교 3.4학년 밖에 안 되던 둘째 손주인

나 를 불러 내시고는 하였다.

여물을 썰어도,

나 또한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 을 신기한듯 바라보고

따라서 흉내도 내어보고

요즘같이 추운 겨울이면 할아버지께서는

이 짚을 깨끗이 추려 물에 적셔 두었다가

밤 에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실때면

저 많은 지푸래기를 언제 새끼줄로 꼬실까 걱정되어

어설픈 손길로 할아버지 옆에 앉아

새끼를 꼬는것 보담 짚단에 부피를 빨리 줄여보려

잡아당기면 끊어지던 새끼를 꼬아도 보았다.

 

아버지도 아들 4형제를 두셨지만

힘든일과 농사일에는 유독 나 만 불러내어 시키셨는데

쇠스랑으로 밭 을 일구는 일 이며

뒷간에서 재 와 섞인 변을 퍼 다가

삼태기에 담아 콩 심을 자리에 재 를 넣는

무거운 재 삼태기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린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팠고

놀고 있는 형과 동생들을 볼때면 부아가 치밀었었다.

돌아가신지 14년이 넘었지만 그 어릴때 부터

20대가 될때까지 노상 듣던, 꾸중같은 말씀

「이놈아 모 난 돌이 정 맞는 법 이야

네 놈은 서서 똥 싸더냐!?

세상 둥글둥글 모 나지 않게 살아야 하고

죽은듯이 있어야 살아남는 법이야」

고된 들 일, 밭 일을 하면서도 새참에 이웃집 밥을 먹으려 들지않고

받은만큼 갚으려는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에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미운 오리새끼같은 나 를 대하는것은 아버지나 엄마나 다를바가 없었다.

 

그렇게 미운 손주놈이 안타까워 그러셨는지 

할아버지께서는 내게 유독 기대를 하시는 모습이셨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돌아가시고

그 모질던 엄마도 1년째 요양원에 계시고

나도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봐도

왜 엄마 아버지는 날 그리도 어렸을적에 미워 하셨는지

아직도 그 심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놀러왔던 대한이가 얼어죽었다는 소한이 얹그제

한겨울에 복판에 서서 이 겨울을 이겨내기가 버거운데

내일 아침은 영하20도가 넘이 내려간다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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