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바보의 만남

김 영철 2021. 6. 13. 09:56

안개인지, 낮게 내려앉은 구름인지 모르게 꾸물꾸물한 새벽

어렵사리 하루 일 을 부탁해 놓고 열 세해를 미루고 미루다 바보를 찾아 나선 길

리무진 버스의 육중하고도 부드러운 엔진 소리에 실은 몸 은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미안함에는 적폐들에 의해 탄핵당하셨을 때

촛불로 당신을 지키려 몇 밤을 새웠다는 얍삽한 변명으로 얼굴을 감추고,

청운에 꿈을 세우려 추풍령 고개를 넘고,

무너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시며,

적폐들에 의해 유배지에서 소환당하던 길

그리고 가시는 날 마지막 이별을 하시려 한 달도 채 아니 되어

다시 이 길을 오르셨던 그 길을 거슬러 봉하로 가는 길은

기어이 밀양을 들어서면서 부터 메마른 나에 눈가에 이슬비가 눈물이듯 적셔옵니다.

 

두꺼운 동판 아래 당신은 묻혀있고 커다란 덮개돌 위에 새겨진 님에 이름

"대통령 노무현"

바보상자에서 나오던 당신에 목소리가 아닌

사진으로 그림으로만 보아야 했던 당신에 모습이 아닌

눈 앞에서 당신에 웃음을 보고, 사자의 분노한 외침을,

이웃집 큰 형님 같은 자상한 말소리를 들으며,

손 은 못 잡아 보더라도 옷자락 일 망정 한번 만져보고 싶었던 님을

바윗돌에 당신에 이름이 새겨지고 나서도 열두 해가 지나서야

내리는 빗줄기 속에 아무말도 드리지 못하고 당신 앞에 섯습니다. 

 

그림으로 남은 당신 옆에 서 봅니다.

웃음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당신이지만 함박웃음을 짓고계신 당신앞에서 눈물을 보일수가 없어

헤픈 웃음을 지어 보지만 주름진 눈가를 적셔오는 것은 아마도 소리없이 내리는 이슬빈가 봅니다. 

'어이 포천 바보 멍청이 왔어?'

당신같은 아름다운 바보가 되지못한 멍청한 바보가 되새겨 보는 그 말씀!

당신이 우리들에게 내 주신 숙제 "민주주의 최후에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가 더불어 가겠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고 사람사는 맛 을 처음 보았더랬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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