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5월 23일 토요일 아침
별 생각 없이 늦잠을 자고있는데 토요일이라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들눔이
9시 쯤인데 거실에 텔레비젼을 켜 보다가 큰소리로 날 부르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너 임마 뭔 헛소릴 하고 있어! 잘 봐 봐 진짜 뉴슨지!"
"진짜에요! KBS. MBC 모두가 정규방송없이 뉴스만 나와요! 나와 보세요!"
노무현대통령 탄핵반대 촛불항쟁에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눔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며 포천서 서울 광화문광장의 촛불바다를 두번이나,
어리지만 직접 보았던 아이 이기에 노무현전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각별했던 모양이다.
그날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 빈소를 발인까지 옷 갈아 입으려 포천을 오가며 지키면서
생계도 미뤄두고 통곡하던 그 날로 부터 12년 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노란 송화꽃가루 빗물에 무지개를 그리는 날이면,
다시 또 뵐수있을거란 생각이 들고, 천진스럽기 까지 했던 님이 봉하에 가면
우리를 만나주실것같은 어린애같은 바램을 아니해본것도 아니었다.
12주기라는 짧지않은 시간이 지났어도 평온한 안식을 하지못하시고
지금도 적폐에 무리들에게 수시로 저승에서 불려 나와야하는 참담한 정치,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하게 죽음으로 몰아간 검찰과, 쓰레기만도 못한 언론이란
것들은 아직도 제 세상인양 민중를 기망하고 진실을 비틀어 버리는 파렴치는
변함없이 자행되고 있음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것이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다.
비통함에 그 날 어줍잖게 쓴 글 하나 다시 올려본다.
-노무현 그 귀한 님 을 보내며- / 김해인
어제까지
어둠속에서 불을 밝히지 않아도
당신의 밝음이 있어 나는 그 어둠을 이겨 내었습니다
오늘아침
떨어진 그 당신 햇님을 부등켜 안고
어둠속으로 나락으로 우리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정녕 이렇게 버리고 가셨어야만 하셨습니까
당신의 소맷자락 한번 잡아보고 싶었었는데
바보상자에서 나오는 목소리 아닌
눈앞의 님 목소리 꼭 한번 듣고 싶었는데
이제부터는
오늘 찍어 보내주신 사진이 아닌
오래된 옛그림만 보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동네 구멍가게에 앉아
담배 한개비 손가락 사이에 끼운채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던 당신을 다시는 못본다는게 진정인가요
없이사는 가난하고 헐벗은 우리에게
말씀 한마디나마 따듯하게 해주시던 당신이었기에
나 온다고 병사들 줄세우고 청소시키고 그러지 말라시던
그래서 부등켜안고 어린아이같이 뒹굴고 싶었는데
소렴 대렴 어떻게 드리옵고
영결은 또 어찌 고하오며
초우 재우 삼우를 어찌하오리까
칠칠은 사십구일에
이승을 영영 떠나옵시는 날엔
그나마 혼백도 떠나시면 남은 이 불쌍한 이들은 어찌 하라고요
백일이 지나고
소 대상이 지난다해도
님은 더 또렷하게 생각나겠지요 아니 돌아오시겠지요
마냥 목놓아 울고만 있을수는 없잖아요
님이 가시는건 울라고 떠나신게 아니니까요
우리모두 일어설거에요
당신 때문에 철(염치)든이들이
당신이 남겨주신 철(기록)을 들고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철(시간)그때에
철(쇠)들고 갈거에요 우리모두가 말이에요
우리의 꿈과 희망을 이루고
당신이 슬픔과 괴로움을 씻고서
내게로 돌아오시는 날
님 의 손잡고 부등켜안고 뒹굴어 보겠어요
목이터져라 환희에 찬 노래도 불러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