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열아홉살까지 살았던 옛집 동산을 찾았다.
집 자리는 용마루 높이로 돋우어진 도로가 진즉에 차지하고
거의가 파헤쳐지고 깍여나간 앞 뒤 동산의 끄트머리,
겨우내 땔나무 하던 이천여평 정도 남아있던 뒷동산이
개발에 밀려 아름드리가 속절없이 잘리워진 모습을 보면서
나 와 같이 자라던 소나무며 밤나무, 참나무의 베어져 쓰러진
등걸앞에 서서 이제는 영결(永訣)이라고 조상(弔喪)을 한다.
마지막 남았던 옛터의 스러짐을 보는 느낌은
이제는 다만 추억속에서만 돌아볼수 있는 아쉬움을 넘어
서러움이 밀려들고, 십년이면 강산도 변 한다 하지만
옛 동산에 올라서 디뎌보는 이 쯤에는 당남말 넘어가던
오솔길이 있었겠지, 오가던 길 흔적하나 남지 않은채
무너지고 주저앉은, 푸석한 흙과 함께 썩어진 나뭇잎의
먼지만 메마른 그리움 처럼 일고,
다시는 못 볼 옛터의 잔영이나마 기억에 남겨놓으려
둘러보는 건너 산 위로는, 포천-세종간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마지막을 간직하는 추억마저 헤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