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에 쓰는 시국선언

동물의 왕국

김 영철 2024. 1. 19. 15:14

집 앞이 체육공원이다.

출퇴근 길 도 산책도 여기이고, 하릴없이 돌덩이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곳도 이곳인데 지나는 길이던

아니면 앉아있는 자리에서 어느덧 반려의 자리에 까지

오른 동물의 모습을 본다.

 

흔히 인생에서 부부가 상대를 일컫던 반려자의 자리까지

차지한 반려견이요, 반려묘라고, 새끼로 부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을 일러 엄마니 아빠라 자칭하는 세태속에,

사람을 데리고 산책 나온 견공이 보이면 사람이 비켜서 간다.

 

이런 개()권이 인권을 앞서는 나라를 만들고

인구감소며 지방소멸을 우려한다면서 사람이 아닌 개를 입양했노라

쓰다듬고 희죽거리다 파양을 하느니 마느니 하던 Moon이나,

누런 개새끼를 끌어안고 어린이에게 그림을 그리라던 용산의

Loon가 내외를 보는것도 슬프고,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기나 어린이를 보면 무심하거나 힐끗보고 지나치던 늙은이도

강아지를 안고있는 사람에게 다가서 족보며 이름을 물으며

쓰다듬고 안아보고 하는 이런 개 같은 세상에서 어느 청춘이

사람새끼를 낳으려 하겠는가.

 

하다못해 식물이 예쁜꽃을 피워 열매를 맺으려는 것도

다음 세대를 위한 생존의 몸부림 일진대, 하물며 사람이

쾌락만을 위해 본능을 져버리는 의식의 변화에는

부담지지 않으며 자신만의 안일한 삶을 바라는 방종과,

어느때고 끊고 버릴수 있어야 한다는 무책임이 자리하고,

그래서 들개와 길 고양이가 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세상이 되고야 말았다.

 

이 세상의 꽃 중에 인 꽃 만큼 아름다운 꽃은 없다는 말에,

개 를 끌어안고 어린 천사를 그리며, 애완견 죽음에 부고까지

전하는 눈물나게 아름다운 동물의 왕국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인 꽃을 낳고 키우며 웃음을 잃지 않았던 단칸방 세대의 슬픔은

고스란히 그들의 업으로 지워져 버린 지금,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던 육신을 개소주로 달랬던 민중들의

먹거리 마저 타락한 위정자들의 이미지 개선용으로 쓰이고,

이 땅위에 200만 마리라는 사육 개를 식용으로 금지하고

도축도 죄 가 된다는 마당에 얼마 안되어 대한민국은

인구는 감소를 넘어 절멸로 가고, 개 공화국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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