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에 쓰는 시국선언

세월호 10주기 추모사

김 영철 2024. 4. 16. 20:32

이 자리에 서 있는 목련이 또 지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떨어진 꽃잎을 보며 죽은 아기의 발바닥 같다고

울었던, 안녕 하시온지 여쭙기도 부끄러운 이 사월에

오늘 이 자리에서 포천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

추모사를 하는 저는 포천깨시민연대의 대표 김영철입니다.

 

우리의 옛 속담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십 년, 잃어버린 시간속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을

애써 감추어야 했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마저 쏟아지는

정권의 질시와 냉대의 손사래 앞에 한 구석으로 좇기워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구하지 않은 그들은 그나마 기대했던 법 의

심판에서 마저 무죄란 판결을 받아 이 하늘 아래 도리질을 하고,

누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이태원에서 일백육십여 젊음이 또

스러져 갈 줄도 모른 채, 다시 우리를 통치하겠다는 권력을

그들에게 쥐어 주고는 이렇게 길가의 한 귀퉁이에서 열 주기

추모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를 묻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어렵사리 세운 민주정권에 나태해진 나머지, 보수란 허울을 쓰고

국민의 생명을 귀히 여기지도 않고,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며,

위험에 처한 민중을 구할 능력도 없이, 진실은 숨기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귀태 권력을 선택했던 결과 아이들은 죽음을

피해 갈수가 없었으며,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에는 우리의 잘못된 정권선택으로 세월호에서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과, 이태원에서 축제에 나선 또 다른 젊음을 살릴수가 없었으며,

강물에 휩쓸린 채상병을 흙탕물 속으로 떠내려 보내야 했습니다.

 

사월이 오는것이 어느새 열 번째!

강산은 수없이 변했어도, 바래지 않고 잊을수 없는 세월호의 기억으로

진실을 밝힐수 없는 통한의 세월만을 속절없이 보내야 하는 날!

병풍도 앞 바다에 물결은 일어도, 이태원로에 떨어진 은행잎은

다시 피어나도, 예천 내성천 강가에 새싹은 돋아나고, 앞다투어

꽃 은 피우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찾을수가 없습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고 슬픔이 배여있지

않은 곳 없다지만 삼백 네송이 꽃이 진 진도 앞바다를 가지 못하고

이곳 통한의 땅 포천의 한 길가에서, 아직도 찾지 못한 일곱 살

혁규와 다섯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무너지려는 아이들을 묻은

가슴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엿새 전 우리는 나태하고 어줍잖았던 입법 권력을 새로이 세웠습니다.

해동청 보라매의 눈 으로 국회를 지켜보고 입법을 살펴 볼 것입니다.

검찰독재의 해체를, 종말을 앞당기는 이들과 힘을 합쳐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정권에 진실을 맡기고 규명을 바라는 어리석은

과오는 다시는 짓지 않겠습니다.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하나 남김없이 쓸 것입니다.

우리가 주인이 되는 세상,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않는 세상을 끝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는 길 에 같이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옹색하고 고르지 못한 자리에서 올리는 세월호 참사 열 주기에

함께 해 주신 포천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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