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수필)

김 영철 2019. 9. 10. 11:33


어렷을 적 살던집은 말뫼에서 담뱅이로 가는길가 외딴집

동산너머에는 당남말이 있었고 담뱅이를 지나 여우냇 개울건너 감바위, 그리고 벌 말

그 옆 동네는 가래피 아래로는 복장굴

복장굴 앞벌에 여름날이면 시커먼기름이 흐르는 나무전봇대에 전기선 세 가닥이 얹혀있었다.

신읍장에 가신 엄마 아부지를 마중나갈때 처음본 전봇대

장마당은 아직 가보지도 못했던 날 

장에 다녀오는 엄마를 만나는것은 거의 감바위와 벌말사이에 마찻 길

길!

담뱅이로 가는 길 가에는 오리나무가 두그루, 누군가 그 나무에 목을 매 죽었다는 얘기도있었고,

오른편에는 잔솔나무 듬성한자리에 한국전쟁으로 찍힌 탱크에 궤도자국이 동산을 가로질러 길 처럼 나 있었다. 

봄 가뭄때면 흙먼지가 바람따라 날리우고

여름날에는 진흙속에 빠진 검정고무신을 손으로 끄집어 내, 물꼬에서 흔들흔들 헹구어 맨발에 꿰어신던 

눈 내리는 날이면 구녕난 나이롱양말을 비집고 나온 발가락이 제일먼저 얼어 시린발을 동동거리며 뛰어가던 길 


길! 

오늘은 2019년 9월 9일!

누구는 흉하다고, 조심하라 이르는 아홉수가 세개나 겹쳐진 날 에

미루나무만이 듬성듬성하던 말뫼 큰길의 옛 사진을 보다가 생각하니 

우리야 말로 통문에적은 동네일을 옆집에 갖다주라는 심부름에 논둑 밭둑길을 뛰어가던 코흘리개시절에서 

5G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는 세상으로 타임머신을타고온 외계인 인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있다.

지금은 세상에 길이란 길 어디에도 전봇대없는 곳 이 없다.

길 에는 전봇대며 가로등, 바닥에는 상하수도,전화,전기선이 묻혀있고 맨홀뚜껑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도로에 지워지지않을 무늬처럼 동그라니 박혀있다.

길 에 박혀있는 맨홀뚜껑같은 기억 저편너머로

뒤꿈치가 닳아 헐거워져 벗겨지는 고무신을 끌고 뛰어가던 그 행길은 간곳없고

알키한 휘발유, 매캐한 석유냄새를 뿜어대며 온갖 차들이 줄지어달리는 도롯가에 

덩그러니 내 팽겨쳐진 나는 누구를, 무었을 기다리려 서 있는가!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서로 독립적이지도 않다"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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