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상처

김 영철 2022. 4. 18. 12:41

5.60년대 어릴적에 시골에 살았던 사람은 누구나 그러하듯 낫에 베이고 나뭇가지에 찔리고 톱에도 긁히는 일이 일상이 되다시피하여 며칠전 왼 손가락을 헝겊으로 처매고 일 을 했는데 그 헝겊 풀어버리기도 전에 오른쪽 정강이를 싸매는것은 어쩔수없는 우리네 삶이 아니었을까 한다. 며칠전 한 검사란 놈이 기소과정에서 피해자의 상처는 자연치유되어 죄가 뭐 어쩌구 저쩌구 했다는 그것과 같이 산촌에서의 상처는 담뱃가루를 덧대어 싸매거나 쑥잎을 비벼 붙여두고 자연치유되길 바래는것이 유일한 치료였을적에, 유달리 온몸에 상처가 많이 남아있는 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딱정이가 보기싫어 뜯어내곤 하여 오래도록 상처에 헝겊을 매달고 있어야했다.

얹그제 세월호참사 8주기에 추모를 하면서 지금껏 달지않았던 노란리본을 저고리 앞섶에 달고 모자에도 동그란모양의 세월호가 그려지고"잊지 않겠습니다"란 글귀가 쓰인 뱃지를 달아 두었습니다.

남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날부터 리본을 달고 뱃지를 달고 다니셨지만 난 리본하나 다는것도 염치없고 부끄러워 달고다닐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8주기 날부터 옷섶에 매어달은것은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고 싶었던 8년이란 시간을 헛되이 보내버린 죄스러움에서 였고,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버린 지금 나 자신도 세월호를 잊지나 않을까 하여 잊지 않으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지만 이 보잘것없는 나에 생각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나를 매일 보다시피하던 이웃분께서 "아니 세월호가 언제적 일 인데 지금 새삼스럽게 뱃지를 달고 있냐"고. 그러길래 "그래요 난 그런 놈이에요. 여태껏 염치없고 부끄러워 못 달고 있다가 이제부터라도 나와 우리의 상처를 리본으로 뱃지로 덮을 겁니다." 

세월호 그날로부터 살아있을수 있을거라는 사흘의 시간이 가는 날,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꽃 같은 죽음 앞에서 통곡으로 써내려간 글 을 내 블로그에서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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