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소리(사회)

항저우에서

김 영철 2023. 9. 30. 12:37

추석 연휴에 항저우 아시안 게임 TV중계를 본다.

오랜만에 국제경기에 나온 북한 선수들의 웃음기 잃고

윤기없는 얼굴에서 가슴이 저려오는데, .북한 탁구며 농구, 사격등의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의 일방적인 남한선수만의 선전을 악을 써가며

침 을 튀기는 소리를 듣는 콧등은 아려오고,

 

60년대 나 어렸을 적 그 시절의 피부와 같이 햇볕에 그을려

검어지고 거칠어진 얼굴, 그리 땀을 흘려도 마른 황토에 빗방울 몆개

지나간 듯이 물기없이 그늘이 진 남정네, 그들보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한참 꽃 같이 피어나야 할 나이때에 여자선수들의 주근깨 박히고

누렇게 뜬 피부며 메마르고 윤기없는 얼굴을 보는 내내 눈시울이 젖어온다.

 

,북한 맞 대결 경기를 보는 동안 그 누구를 응원도 못하고

북한선수들의 실수와 득점 실패에 애가 타,

! 저기서 실수를!,

조금만 더 힘을 내!,

괜찮아 너희도 할 수 있어!,

주눅들지 말고!,

반칙으로라도 상대의 흐름을 끊어!,

! 몸집이 작아 힘에서 밀리네!,

안타깝고 애처로운 응원으로 추석연휴의 빈 사무실을 채우며

속절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축 늘어진 어깨를 추스르며 돌아서는 선수들과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응원하는 이 하나 없는 관중석을 바라볼 일 도 없이,

애 써 감추는 외로움과 서러움만이 발길에 걷어 채이는 이국땅 항저우에서,

허여멀겋게 기름기 흐르는 남녘의 동포를 스치듯이 바라보는 북녘 아이들의 부러운 듯,

끄러운 듯, 바라보기를 피하며,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안스러운 몸짓에서

나 는 그만 목 이 메인다.

 

,북한 경기가 아니면 북한선수의 경기를 볼 수 없는 이 나라의 현실 속에서,

북한선수를 응원하는 날 보고 무어라 할지는 불 보듯 뻔 한 노릇이지만,

아픈 손가락 같은 남정네 들의 짧은 머리와, 가꾸지 못한 머릿결은 단발을 하고

질끈 동여맨 여자선수들, 유행에서 한참은 뒤처진 것 같은 단복과 유니폼에서

묻어나는 고단함을 외면하는 우리의 가슴속에는 무었이 존재하는 것인가.

한가위 차림상의 기름진 음식에 거북해진 속을 달래는 하루,

그 들 보기 부끄러운 가슴 한켠을, 천정속에서 다름박질 하는 고양이며 쥐새끼의 비명이,

중계하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괴성과 함께 사정없이 나를 짓밟고 있다.

'꿈같은 소리(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대 총선에 부치는 소회  (0) 2024.04.15
'습격범' 이라?  (1) 2024.01.11
조민양의 불구속 기소에 부쳐  (0) 2023.08.11
광우병  (0) 2022.08.21
警天動地  (0) 202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