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대소리 시월

이 가을이 다 가는 날

김 영철 2019. 11. 13. 07:43

 

 

이 가을이 다 가는 날

온 산을 붉게 물들이다

찬비에 떨어져 가는 단풍 앞에서

서리 까마귀 우짖는 비인 들판에 서 서

까닭 없는 설움에 

목 놓아 울어보고 싶은

 

바람 따라왔다가 구름 따라가는 길에

이름 모를 산모퉁이 양지바른 잔디 위에 

속 된 만 가지 근심 걱정 놓아주고

그만 오고 가는 세상 인연일랑

묻지 말아 주었으면

 

꽃 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노라며

읇조리던 북녘 어느 시인과 주막에 마주 앉아

내리는 가을비 한 사발 들이켜가며

마냥 제 설움에 겨워 보았으면 

 

늦은 달 이 뜨는 동산 사잇길로 

술 한동이 지고 오는 이 있다면 

젓대소리 어설피 늘여가며

굳이 무슨 가락인가 물을 것도 없이 

오늘 시월 열아흐레 이 밤을

고이 새워 보련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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