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이 다 가는 날
온 산을 붉게 물들이다
찬비에 떨어져 가는 단풍 앞에서
서리 까마귀 우짖는 비인 들판에 서 서
까닭 없는 설움에
목 놓아 울어보고 싶은
바람 따라왔다가 구름 따라가는 길에
이름 모를 산모퉁이 양지바른 잔디 위에
속 된 만 가지 근심 걱정 놓아주고
그만 오고 가는 세상 인연일랑
묻지 말아 주었으면
꽃 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노라며
읇조리던 북녘 어느 시인과 주막에 마주 앉아
내리는 가을비 한 사발 들이켜가며
마냥 제 설움에 겨워 보았으면
늦은 달 이 뜨는 동산 사잇길로
술 한동이 지고 오는 이 있다면
젓대소리 어설피 늘여가며
굳이 무슨 가락인가 물을 것도 없이
오늘 시월 열아흐레 이 밤을
고이 새워 보련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