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무슨 할 짓이 그리 없어서
흙 속에 묻혀 어둠 속에 자라난 뿌리를 더듬고 있나
바위틈을 헤집어 내리고 엄동설한에도 얼어 죽지 못한
그 기나긴 세월이 너무 아파서
한낮에
말 못 한 사연이 무에 그리 많기에
대나무에 구녕 뚫으며 하소연을 하라 칼질을 하는가
속 빈 댓가지를 울려 또 누구를 울리려 하랴마는
혀 가 떫어서 옮기지 못한 말을 대신 전 하려
해 질 녘
남에 가죽을 벗겨 나무통에 씌우고
방망이로 두드리며 울음을 우는 것은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같이 겪어보려 한다지만
밤가시에 찔림에도 움찔하는 인내가 부끄러워서
밤 참에
잠들기도 아까운 시간 속에
가나다라마바사를 짜 맞추고 있나
아수라에서 다투는 아귀들에 이 처절한 외침을 쓰노라
밤새워 손가락에 굳은살을 박아 넣으며
하루를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을 부등켜안고
취하지 못한 빈 지게를 짊어지고 지나온 길 이
취할 수 없는 허망한 꿈을 꾸느라 흘려버린 헛 된 세월을
얻지도 이루지도 못한 제 설움에 겨워서 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