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르라미 노랫가락에 저무는 날
가죽잃은 소 한마리 길 게 우니
마른 오동나무 가녀린 허리위에
멍든 가슴 징 하니 울리고
자즈러지는 쇳소리 돌아 나갈때
짜다말고 되돌아서 풀어가는 진
세모시 고깔 속 흐르는 눈물은
춤 사위 소맷자락으로 훔쳐내고
붉디붉은 나삼깃 가을바람에 적시며
소곳소리 이리저리 저리이리
하늘하늘 무리무리 수 를 놓누나
커다란 겹눈 속 낱 눈으로 살펴
먼 옛날 제갈씨가 사마씨를 잡으려
맨땅에 그렸다는 팔진도를 치려는지
길군악을 울리며 흩어졌다 모이고
저무는 하늘가에 오방기를 날리며
빠알간 고추잠자리 군무에 취 한
떠 도는 구름마저 붉게 물 들이고 있다